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부터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를 통하여 기초생활수급자를 줄이면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잘 살고, 없는 사람은 못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점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외면하는 그릇된 우리사회 복지실태를 지적하고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해본다.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법 규정안
현대 국가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발전할수록 부유층과 빈곤층의 괴리가 커지고 있고, 거의 모든 국가에서 빈곤층의 문제는 단순한 개인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국은 공공부조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한 빈곤층 구제에 있어서의 준거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최저생계비이다. 최저생계비는 우리나라의 빈곤관련 정책에 있어서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빈곤층에 대한 최저생활의 보장을 위한 각종 공공부조급여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최저생계비의 결정에 있어서는 과학적 수단을 이용한 최저생계비의 계측과정에 덧붙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와 의결 및 보건복지부장관의 결정이라는 행정적 과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 행정적 과정에서는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여러 요인들이 반영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행정기관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를 인정하여 사법심사의 가능성을 극도로 축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최저 생계비가 가난한 국민들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인정되는 행정재량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행정재량에 대한 적극적인 통제가 이루어져야만 빈곤층에 대한 구제라는 공공부조의 목적달성이 가능하게 된다.
기초수급자 자격 사실상 박탈당한 이 많아
마포구 상암동 소재 독거노인 김순자(75)씨는 7년 전부터 매달 기초생활수급비 20여만 원을 받아 생계를 겨우 이어갔다. 그러던 얼마 전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연락조차 잘되지 않는 아들이 부양의무자로 등록이 돼 기초생활수급비 지원이 끊기게 됐다는 것.
김 씨는 “그 돈 마저 안 나오면 생활하기가 어렵다”며 “돈이 나올 곳이 없는데 집세를 못 내고, 살림도 하지 못하게 되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급히 주민등록상 미혼인 아들이 사실상 배우자와 자녀를 부양중이며 따라서 본인이 부양대상이 아님을 지자체에 알렸고, 지자체도 이를 인정해 김 씨의 수급자격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또 지난 7월 경남 남해군과 청주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고 70대 노인과 60대 노인이 고민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홀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필요한 급여를 주도록 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5호는 소위 “부양의무자”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노인들)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며,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말한다. 그러나 바로 이 부양의무자 조항이 빈곤층의 생계보장 책임을 직계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평가다.
즉,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소득인정액(소득, 재산 합친 환산 금액)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소득인정액은 최저 생활비 이하인데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3월에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낸 자료에 의하면 전체 빈곤가구 중 54.5% 103만명이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자에서 제외가 되었다.
엉뚱한 부양의무자 기준 수급자 조사방식 문제
이외에도 40억 부도를 맞고 사채업자 빛 독촉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몇 년간 노숙생활을 거처 공사장 일용직을 하다가 팔을 다치고 장애판정을 받은 A씨, 13년 동안 연락이 끊긴 딸이 결혼을 해서 사위의 소득이 잡힌 B씨,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큰 아들이 6살, 작은 아들이 4살 때 집을 나온 C씨, 30년 동안 가족과 단절이 되었는데 입증을 못하면 수급 대상에서 탈락된다는 통보를 받은 D씨 등과 같은 사연 모두 최근 부양의무자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조사를 받은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이 뜻하지 않게 과거 상처가 된 가족관계 등이 드러남으로써 기초수급자대상이 됐다는 것에 불편해 한다.
반면, 부적격자 가운데는 부양의무자의 월 소득이 5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5400여 명이나 됐다. 조사결과, 딸과 사위의 재산이 179억 원에 월 소득 4000만 원이 넘는데도 10년 넘게 수급비를 타 온 경우도 있고, 자녀 부부의 월 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495명이나 됐다.
복지부는 자격을 잃거나 수급액이 줄어든 규모는 역대 최대로 지난해 구축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소득이나 재산 정보가 보다 정확하게 파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218종의 각종 공적 자료가 폭넓고 정확하게 연계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일제조사이다 보니 부적격 수급자가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부적격자 3만3000명의 수급자격을 모두 박탈했다. 다만 재산이 있더라도 가족관계가 사실상 단절돼 부양이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자 38만 명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수급자격을 박탈당할 뻔한 4만3000명의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권 씨는 “가족관계가 단절 됐거나 처분이 곤란한 재산이 있는 경우 등 억울한 사정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권리구제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수급자격을 잃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1만6000명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상위 계층 급여를 연계 하는 등 후속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복지사각지대 만드는 기초생활법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TV에서 방영된 ‘화장실 3남매’같은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라고 직접 지시하여 보건복지부에서는 2만3000여명을 찾아냈다고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재 최저생계비의 130%이상에서 185%이상으로 올려 ‘사각지대 빈공층’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겉으로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것을 내세웠지만 수급자, 부양의무자의 가족 소득과 재산, 복지혜택 이력 등을 통합 관리하는 사통망을 활용하여 몇 십 년 전 헤어진 가족까지 찾아내서 복지 사각지대를 더 만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통하여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중단 통보자가 10만3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수급자 재조정 강행을 하자 비판 여론에 부딪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방에 있는 복지 공무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피해자 구제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 탁상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보건복지부라는 평가를 국민들에게 받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엄격, 실질적인 소득완화 방침 필요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엄격하다는 점이다. 소득인정액은 최저생계비 이하인데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복지부는 2012년 예산 요구안을 마련하면서, 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을 103만명으로 잡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3월 낸 자료를 보면, 전체 비수급 빈곤가구 중 54.5%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양의무자 기준이 너무 엄격한 탓에 생계·주거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빈곤층’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최근 소득기준 완화 방침을 내놨다.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수급자와 부양의무자 가구 최저생계비 합계의 130%(도시 4인 가구 256만원)를 넘을 경우 일률적으로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하던 것을, 185%(도시 4인 가구 364만원)로 누그러뜨리기로 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렇게 기준을 완화했을 때 새로 급여를 받게 되는 인원을 6만1000명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사도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올해 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를 바탕으로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185%로 완화할 경우 약 8만5000명의 신규 수급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몇 달 사이에 신규 수급자 예측 규모가 2만4000명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구 등 취약계층으로 신규 수급자를 한정했고,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로능력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전체 수급자는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확인조사를 통해 적게는 4만5000명에서 많게는 6만명 가량이 수급자에서 탈락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기준 완화로 새로 포함되는 인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기존 대상자가 탈락하는 셈이다. 더욱이 복지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내년 기초생활 수급 대상을 올해(160만5000명)보다 3만5000명 준 157만 명으로 잡았다.
복지부는 “경기 회복에 따라 수급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로 줄어드는 인원을 감안하면 복지 확대는커녕 축소”라고 비판했다.
부양의무자 조사로 14만명 급여 감소, 대응책마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8일, 5월부터 실시한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로 인해 전체조사대상 38만6989명(23만9441가구) 중 14만 여명의 급여가 감소하고, 3만3000여명이 수급자격을 상실하게 됐다는 발표를 하게 됨에 따라 전국의 기초생활수급자 157만 여명까지 포함한다면 11~12%에 해당하는 수치로 11~12명 당 한 명이 급여가 삭감되거나 수급자격이 중단되는 규모가 될 것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등 26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8일 대응책을 논의했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모두의 의견을 논의를 통해 정리해 결론이 나는 데로 입장을 밝힐 계획”에 있음을 말하며,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와 관련된 내용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부양의무자 확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앞으로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된 제도개선 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해 후속적인 보완대책 또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확인조사 과정에서 실제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보호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부양의무자가 중위소득 이하인 경우 조사 보류, 적극적인 소명처리, 가족관계 단절 판정을 위한 지방생활보장위원회 활성화, 보장중지 시 우선 돌봄 차상위 가구로 관리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밖에도 보장중지된 수급자 3만3000명의 50%에 해당하는 1만 6000명에 대해 각종 복지급여 및 복지서비스가 연계되어 지원되었다고 말했다.
차상위 계층 의료비 경감(6456명)과 차상위 장애인(4624명)이 가장 많이 지원되었으며, 지자체 자체지원(1609명) 및 민간자원 연계(2974명), 한부모 가족 지원, 차상위 자활사업 참여 등의 기타 서비스(1753명)가 뒤를 이었다는 것이 복지부 발표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점 확인 대상자로 지정·통보한 약 10만4000명 중 42%에 이르는 4만 3000여명에 대해 가족관계 단절 인정, 처분 곤란한 재산가액 제외, 가구분리 특례 등 권리구제 조치가 적용됐음”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권리구제로 보호된 4만3000여 명 중 51%인 약 2만2000명은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가족관계 단절로 인정되어 수급자격을 계속 유지하였으며, 이로 인해 보장중지된 수급자 수는 당초 복지부가 예상한 약 4만1000명의 80% 수준인 3만300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재조정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 찾아야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은 필수다. 가족끼리 단절이 되었던 부분까지 들먹거리며 아물었던 상처를 또 터트린다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오랫동안 가족끼리 단절이 되었던 사실을 건드리는 것보다 노후를 위한 복지제도를 선진국처럼 만들고 한참이라도 젊을 때 노후를 위해 세금을 좀 거둬들이고 노후에는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정착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로 기초생활 급여가 삭감된 윤국진(37·뇌병변장애 1급)씨는 지난 7월 21일 ‘기초생활수급자 죽음으로 내모는 보건복지부 큐탄 기자회견’현장에서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실제 부양받지 못하는 분들이 억울하게 배제되지 않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면서 “부양의무자 확인 조사는 복지급여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꼭 필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10년을 넘겨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각지대 부양의무자 기준은 즉각 폐지돼야 하며, 더 이상 가족에게 빈곤과 복지의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위원회 허선 부위원장은 현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법 문제에 대한 현실적 방안으로 “부양의무자 범위의 축소, 재산기준의 합리적 설정, 최저생계비의 합리적 설정, 비수급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 대한 개별 급여 시행, 소득조사시 월세 및 이자 공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빈곤해결을 위해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보건복지부의 지침에도 문제가 많다”며 “간주부양비 부과 방지 및 추정소득 부과 방지, 소득평가액, 소득환산율에 대한 구체적 명시, 소득입증 부담에 대한 정부 책임 명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 기초생활보장법의 문제는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한 엄격한 기준와 수급자로 선정되었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것을 법 개정을 통하여 국민 기초생활보장법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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